바람 / 겨울엔 / 벽콩
할렘가 출신, 열성 오메가, 타투이스트. 마이키에게 삶은 하드코어 느와르였다. 뒷골목에서 살아남으려면 때로는 목숨보다 더한 것도 내걸 수 있어야 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짐을 나르던 마이키는 인기 배우 류의 험담을 하다 류에게 들키고 만다.
“내가 이런 쓰레기 인생 양키한테도 인종 차별을 받다니. 참 기분 개 같네요.”
민망하긴 했지만, 다시 만날 일이 있겠냐는 생각도 잠시.
“안녕하세요. 미키 씨.”
갑자기 나타나 타투를 해 달라고 한다. 게다가 도무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한 류.
하루가 멀다 하고 집을 들락거리는 류 때문에 마이키의 일상은 꼬일 대로 꼬여 버린다.
“넌 뭐 나랑 연애라도 하냐?”
“연애라니. 미키 씨랑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각은 있는 걸까?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한 섹스 심볼, 잘생긴 데다 돈도 많은 우성 알파.
아무리 봐도 밑바닥 인생을 사는 양키랑 얽힐 만한 인간은 아니지 싶어 밀어냈을 뿐인데.
“빨리 기억해 내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그렇지만 반드시 기억해 내요.”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 걸까. 의문 속에서 잊고 있던 과거의 조각들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