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릭 / 김지호 / 한줌 / 농채 / 썬씨
소설 속 악녀의 딸로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 엄마는 이미 악행이 밝혀져 첨탑에 유폐되어 있었고,
주인공들에 의해 곧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나는 죽어가는 순간까지 전남편을 찾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조그만 손이 엄마의 거친 손과 얽혔고
따뜻한 온기에 그녀의 시선이 그제야 내게 향했다.
"난 엄마 이해해."
"……."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고, 푹 자."
"오지 않을 아빠 따위 기다리지 말고."
내 말에 엄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곧 편히 잠들었다.
소설 속 악녀가 죽었으니 그녀의 딸인 나도 내일 밤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2부가 시작되겠지.
1부 주인공들의 딸이 모험하고, 사랑하며, 행복해지는 따뜻한 소설이.
하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았고, 2부를 그대로 흘러가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 정도 심술은 부려도 괜찮잖아."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
나는 이 소설의 2부를 완전히 비틀어 버리기로 했다.
[소설빙의/초반구름주의/사랑가득새가족/무심여주/집착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