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 구슬소 / 쟈화
리시안셔스 공작가의 후계자를 꼬셔 버렸다.
그가 은근슬쩍 내 손을 잡는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잡힌 손을 비틀어 빼냈다.
"친구끼리 이러는 거 아니야."
"겨우 손 한번 잡았다고 부끄러워하는 거야, 리엔?"
아무리 생각해도 저 말은 '겨우 손 하나 잡았다'고 얼굴 전체가 벌게진 카르시온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난 리엔과 더한 것도 할 수 있는데."
말은 번지르르했지만, 갈 곳 잃은 푸른 동공은 내 눈 하나 못 맞춰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수줍은 얼굴로 말해봤자 설득력 없다고. 이 자식아.
***
공작부인이 품속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돈이 필요했던 거니? 그럼 이 돈 받고 카르시온과 헤어지렴. 섭섭지 않게 넣었단다.”
나는 공작부인이 내민 두툼한 주머니를 아무 말 없이 응시했다. 그러고는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며 진중한 눈빛을 했다.
“사귀는 건 아니고 친구인데. 오늘부터 카르시온과 교우관계를 끊으면 될까요?”
공작부인이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뺨을 때리시려나. 아니면 물을 뿌리시려나.
“합격!”
“……네?”
내 얼굴이 당혹감으로 인해 서서히 썩어들어갔다.
뭐지. 이런 건 예상에 없던 반응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