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주 / 온도 / 박귀리
캐서린은 많은 걸 원하지 않았다.
옷과 장신구 같은 사치품이 없어도,
끝이 다 찢겨 흉측한 침실의 커튼이나
굽이 다 닳아 높이가 다른 구두도 괜찮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견딘지 2년.
이제 더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좋아요, 제가 나갈게요."
캐서린은이 모든 것에 지쳤다.
***
"교황의 번견인가? 여기까지 잘도 찾아왔군."
그녀의 저택에 침입한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채였다.
까만 가죽 장화 아래로 진흙이 엉망으로 뭉개진 게 보였다.
이럴수가.
바닥을 닦던 도중에 풀도 아닌 진흙을 끌고 오다니!
“변장이 꽤 그럴싸해. 누가 봐도 평범한 도시 여성이라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
“닦아.”
그녀는 잡고 있던 대걸레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뭘 그렇게 멍청하게 봐? 바닥 닦으라니까? 그리고 초면에 함부로 검 들이미는 거 아니야. 주거 침입으로 모자라 살인 미수로 신고당하고 싶어?”